[검비봉 시절풍자] 군가는 ‘그리운 고향역’, 반동은 좌에서 우로
그 옛날, 지옥문을 들어가는 심정으로 들어갔던 부대 정문을 방문해보니
2024-11-04 검비봉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반동한다. 반동은 좌에서 우로, 반동 시작, 군가한다, 군가는 ‘그리운 고향역’, 군가 시작!"
독사같이 지독한 조교들이 2시간 넘게 호된 기압을 실행한 후, 혼이 반쯤 빠져 있는 동기생들에게 군가를 시킨다.
군가로 유행가를 부른 첫번 째 경험이다.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절반 이상이 울먹이다가 눈물을 흘린다. 노래를 부르면서 고향의 아기자기한 정경을 떠올린 게 아니다. 마구 잡아 돌리는 교육 환경상, 목청 찢어지게 군가를 부르면서 고향집이나 부모님을 떠올릴 여유조차 없다.
단지 이 노래의 가사와 곡조가 지금의 고통과는 너무 대조적으로 정겨운, 그래서 얼어붙은 가슴에 따뜻한 물을 흘려넣은 것처럼, 마음에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조교는 능수능란하다. 육체와 정신이 극한 상황에 도달했을 때에 어디를 누르고, 어디를 건드리면, 교육생들이 무너지고 마는지 잘 알고 있다.
그날의 해 저무는 언덕에서, 30여 명이 4열 횡대로 서서 저녁놀을 바라보면서 부르는 ‘그리운 고향역’의 곡조는 지금도 귓가에 들려온다.
고통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50년의 시간이 지난 후, 그 옛날 지옥문을 들어가는 심정으로 들어갔던 부대 정문을 방문해보니, 내가 이 문을 들어서며 고통을 느끼던 순간이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화양연화'의 계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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