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원 삼류선비] 친구를 얻는 세 가지 세속적 방법
내가 드디어 세 가지 벗을 버리고 보니 비로소 눈이 밝아져 두 가지 벗을 새로 얻었는데
[최보식의언론=윤일원 논설위원]
‘손자병법’은 대략 6,600여 글자로 쓰였지만, 핵심은 "이로움(利)을 셈하여 남음이 있으면 세(勢)를 만들 수 있고, 그 세를 이용하여 나라 밖에서 전쟁하라. 세란 이로움으로 균형(權)을 무너뜨리는 것이며, 전쟁은 속이는 도(道)이다"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찌 전쟁처럼 '이익'으로 '세'를 만들어 '속이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살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그러니 그 어디에도 이해득실에서 벗어난 친구 서너 명은 있어야 성공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 앞에 서면 오랫동안 머물게 되는 이유도 "찬 바람이 불어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라는 지조 때문이다.
갓끈 떨어진 추사에게 보여준 벗들의 행태와 달리 이상적의 우정은 남달랐다. 세한도에는 쓰러질 듯 기운 늙은 소나무 곁에 싱싱한 소나무 한 그루와 멀찍이 떨어져 나란히 서 있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누가 이상적인지는 단박에 알 수 있다.
내 나이 마흔두 살, 9년 결심하고 드디어 초가삼간 띠 지붕을 짓고 보니 소나무가 처마요 느티나무가 지붕이라, 낮이면 족제비와 다람쥐가 한가히 노닐고, 밤이면 호랑이나 표범이 드나들 듯하다. 이곳에서 가만히 그동안 사귄 '벗'이 "누구인고?"를 무심결에 생각해 보니 벗은 세 가지였다.
첫째가 '명성'으로 사귄 벗이다. 나도 한때 이름을 얻고자 문장을 화려하게 꾸미고 더러 표절도 하며 예찬을 잠시 받고 보니, 명성은 송곳 끝 만큼 조끔인데 비방은 산더미라, 밤마다 반성하느라 입에 신물이 날 정도여서, 가장 먼저 명성을 좇아 사귄 벗을 버렸다.
둘째가 '이익'으로 사귄 벗이다. 대개 사람들은 남의 것을 가져다 내 것으로 만들 요량만 하지, 내 것을 가져다 남에게 보태기 위해서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이익이 있을 때 달려들기를 엎어지고 자빠질 듯하지만, 이익이 없을 때는 옷만 더럽다는 듯이 휑하니 사라지니, 그다음 이익을 좇아 사귄 벗을 버렸다.
마지막이 '권세'를 위해 사귄 벗이다. 권세란 부자 간에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저 권세가 없을 때는 간이라도 빼줄 듯 말해 놓고는 실질적인 권세를 앞에 놓고 보니, 피도 눈물도 없이 배신하는 것을 보니, 마지막으로 권세를 좇아 사귄 벗을 버렸다.
내가 드디어 세 가지 벗을 버리고 보니 비로소 눈이 밝아져 두 가지 벗을 새로 얻었는데, 돼지 치는 종놈이요 나무하는 어린아이다.
돼지 치는 벗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당장 깨우쳐 주며, 나무하는 어린 벗은 매양 그른 것을 가르쳐 준다. 그렇지만 이 두 벗과 경서를 논할 수 없고, 손님을 맞이하여 예를 다 할 순 없다. 그럼에도 참다운 즐거움이 가득하고 아름다운 정취가 그윽하니 어찌 좋지 않을 손가?
그제야 내 벗이 한 말이 생각난다.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머뭇머뭇 말할 수 없는 벗이 있고, 말하고 싶지 않아도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말해지는 벗이 있는데, 이 사람이 진정 친구다"라고 한 말이다. 옳거니,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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