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은 왜 '사람'을 버리고 '세'에 의지하라 했나

[윤일원 삼류선비] 세간의 용인술은 "안 쓰면 모를까 썼다면 믿어라"이다

2024-10-08     윤일원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윤일원 논설위원]

KBS 역사저널 캡처

‘손자병법’ ‘세편(勢篇)’에 나오는 글이다. 

"사람을 버리고 세에 의지하라(擇人任勢)." 

많은 사람은 택(擇)을 선택으로 해석하여, '사람을 택해 기세에 맡긴다'라고 하는데 잘못된 해석이라 한다.

퇴계는 일찍이 청량산에 올라,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 나와 백구/ 백구야 날 속이랴마는 못 믿을손 도화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 마라. 어부가 알까 하노라." 

퇴계는 청량산의 아름다움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려 더럽혀질까 노심초사하였는데 흰갈매기는 날아가 믿을 수 있지만, 냇가를 따라 흐르는 도화를 못 믿겠다고 능청을 떨었다.

세간의 용인술은 "안 쓰면 모를까 썼다면 믿어라"이다.

하지만 손자는 다르다. 한비자도 다르다. 이들은 애초에 '사람'을 믿지 않는다. 사람의 의도는 이이동지(以利動之), "작은 미끼를 던지면 덥석 물고, 작은 이익을 줘도 움직이게 마련이다." 손자와 한비자는 이에 따라 용병술을 쓴다. 

그런 까닭으로 한비자는 버려야 할 것으로 총명과 지혜, 강함이고 의지해야 할 것이 도, 법, 술, 세라고 했다.

동서양을 가르는 지혜도 여기에 있다. 서양은 애초부터 사람의 선한 의도를 믿고 나라의 통치술을 만들기는 거부하고 시스템적 사고, 플랫폼적 사고를 강조했다. 인간이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하는 사고방식, 이게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다.

반면에 동양은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의 유교적 도리를 근간으로 먼저 개인의 인격 수양이 있은 후 가정으로 나라로 나아가기를 바랐다.

매가 하늘 높이 나는 이유는 기류를 탄 것처럼, 화살이 멀리는 날아간 것도 바람의 힘을 탔기 때문이다. 현명한 사람이 못난 사람한테 비굴한 것은 권세가 낮기 때문이고, 못난 사람이 현명한 사람을 복종시키는 것은 권세가 높기 때문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독산사(독서, 산책, 사색)' 주지 노릇밖에 없다. 무엇을 이루고자 조직에 들어갔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관점으로 간혹 역사 해석에 오류를 범한다. 마치 한 사람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처럼 해석되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별로 없다. 설사 왕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무슨 일을 하고자 하면 비굴하더라도 반드시 세를 끌어모아야 했다. 

숨겨진 본능을 찾아내 동력으로 만드는 이, 이 사람이 성군이었다. 안정되면 고요하고 위태로우면 움직인다. 위태로워도 움직이지는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오만 무능한 사람이다. 성군이란 백성을 천 길 낭떠러지 위에 올려놓고 저절로 굴러가게 만드는 사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세를 끌어 모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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