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육참총장이 한국인 경제자문역에게 권총 겨누며 격분한 까닭?
[신성대의 품격] 이종찬이 '광복교 교주'라도 되는가? 비겁하기 짝이 없다
[최보식의언론=신성대 논설위원]
한강 올림픽대교 주탑 꼭대기에는 올림픽 성화 형상을 한 헝클어진 조형물이 있다. 2001년 5월 29일 이 조형물을 올려놓기 위해 군의 치누크헬기가 동원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작업 마지막 순간에 추락하여 조종사 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요즘 같았으면 별이 열 개가 떨어져나가도 모자랄 사고였지만 관행대로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전통적으로 문(文)을 숭상하고 무(武)를 괄시해온 민족인지라 민간에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기면 군인들을 식민지 노예나 제 집 머슴처럼 동원해 노역을 시켰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물론 수해복구, 산불진화, 심지어 가을 추수까지 일손을 보태는 등의 대민지원이 마치 군인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인양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다.
작년 7월 19일 폭우 피해 지역인 경상북도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민간인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던 해병대 채수근 일병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였다. 헌데 이번엔 관행이 잘 통하지 않았다. 사건을 조사하는 중 책임회피, 수사외압에 대통령의 격노까지 보태져 특검을 하니마니 하는 정치적 실랑이로 한 해가 넘도록 마무리를 못하고 있다.
예전에 한국과 베트남 간의 경제개발 노하우 전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KDI원장을 지냈던 모씨가 베트남 총리에게 자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본받아 전 국민이 경제개발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처럼 군대도 건설에 동참해야 한다”며 열변을 토했다가 배석했던 육군참모총장이 권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노발대발한 사건이 있었다. 베트남 육참총장이 만약 채상병 사망 사건 청문회에서 정치인들에 의해 제복 입은 장군들이 대놓고 모욕받고 벌서는 장면을 봤다면 어땠을까.
베트남 군대는 세계 최고의 자부심을 가진 군대다. 프랑스와 미국, 중국을 물리친 군대로 국민들로부터 거의 신성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성스러운 군대에게 길 닦고, 벽돌 찍고, 도랑 치라고? 모욕도 그런 모욕이 다시없다 하겠다. 다행히 총리가 부랴부랴 사태를 진정시켰지만, 세상의 모든 군대가 한국처럼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줄로만 알았던 KDI원장님, 제대로 혼쭐났다.
엊그제 정부가 의료개혁 파동으로 응급실 운영이 어려워진 5개 대형병원에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하였지만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대부분 부대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혹여 의료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겠는가? 군의 대민지원 혹은 봉사에 대해 근본적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가 되었건만 과연 누가 나설 수 있을지?
새 독립기념관장 지명을 두고 난데없는 뉴라이트, 일제 때 조선인 국적, 건국일 논란이 일었지만 하나도 결론이 난 게 없다. 무엇보다 민간단체인 광복회 회장이 대통령에게 신임 관장 임명을 취소하라며 강짜를 부려 대통령의 권한과 권위를 심각하게 훼손시켰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을 뒤집고 우기는 좌파들의 행태야 이미 익숙한 터라지만 이런 간단한 역사문제에 대해 대통령은 “먹고 살기 힘든 국민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얼버무리고, 국무총리는 “대한민국 국적”이라고 답했다. 짜증나니 그냥 넘어가자는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망언이다. 김문수 장관처럼 “그것도 모르냐”고 한마디 하면 그만인 것을! 그게 그리 무서운가?
결국 광복회가 정부가 주최하는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일부 야당 의원들을 모아 따로 행사를 가져 나라꼴을 우습게 만들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조차 행사에 불참하고 일부 야당 의원들 데리고 대전현충원에 참배하였다. 공사(公私) 구분도 못하는 자가 국회의장이라니 어이없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다.
아무려나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국가이니 대통령의 인사에 불만을 표할 수도 있고 사실과 다른 억지 주장도 할 수 있다. 광복회장이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든 말든 그것도 자유다. 헌데 관료와 정치인들이 정부 공식행사에 참석 않고 따로 논다는 건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마땅히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국권(國權)의 준엄함을 본보여야 한다.
공사 구분은 공인의 기본적인 행동준칙. 이번에 불참한 인사들은 내년 광복절 행사는 물론 이후 공식적인 국가 행사에 일절 초청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광복회의 공법단체 지정을 취소하고, 그동안 지원한 나랏돈 집행에 대해 철저한 감사가 있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그 역시 직무유기이다.
그나저나 일제 시기 국적과 건국절 논란으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해도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 다물고 있는 역사학계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감히 누가? 이종찬이 '광복교 교주'라도 되는가? 비겁하기 짝이 없다. 어떤 배짱 좋은 친구가 이 문제를 내년 수능시험에 출제하면 어떡할 텐가?
해방된 지 80년. 피땀 흘려 이룬 영광도 잠시 뿐, 크고 작은 사건이나 사소한 이슈만 생기면 삼류 정치인들과 사이비 언론들, 직업시위꾼들이 하이에나떼처럼 달려들어 본질을 벗어난 억지 트집거리로 편 갈라 사생결단 물어뜯고 싸우며 날을 샌다. 남다른 엄청난 열정을 왜 이렇게 낭비한단 말인가?
도처에 무책임과 뻔뻔함, 비겁함이 넘쳐나고 있다. 좀 살만해지니까 노비근성, 사대근성, 거지근성이 도진 것이다. 세계인들이 작금의 한국 상황을 보고 ‘지난날 그렇게 식민 지배를 당하고도 아직 주인의식을 찾지 못했나보다’라며 혀를 찰 것 같다.
아픈 만큼 성숙하지 못하면 문명인이라 할 수 없다.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거야 어제오늘 일도 아니다만, 이제는 아예 소 잃고 외양간 부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국격(國格)이 누더기가 되었다. 국본(國本)이 썩어가고 있다. 부디 이게 이 민족의 한계가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