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역사', 노무현 '기득권',  문재인 '적폐', 윤석열 '운동권'

과거를 깨끗이 쓸어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올 거라고

2024-09-06     박동원

[최보식의언론=박동원 폴리컴(선거컨설팅회사) 대표]

비디오머그 캡처

노태우의 '범죄 청산',  김영삼의 '역사 청산',  김대중의 '과거 청산',  노무현의 '기득권 청산',  박근혜의 '계파 청산', 문재인의 '적폐 청산', 윤석열의 '운동권 청산'...

어제 책에서 본 노무현의 ‘기득권 청산’이란 말에 문득 역대 정권의 청산 역사를 떠올려봤다.

정말 어떤 형태로든 '청산'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 정치적 슬로건으로 쓸 수야 있겠지만 과거를 인위적으로 지운다고 지워질까. 문화습속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게 아니지 않은가. 

역대 정권의 청산 기조는 전부가 정치슬로건이었다. 정통성 확보, 지지율 강화, 민심 호도가 목적이다.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 김영삼의 중앙청 폭파, 노무현의 기득권 타파, 문재인의 적폐몰이 등등 말로는 미래를 위한 청산이었지만 실제는 여론호도와 정적 제거, 장기집권 등을 목표한 선동수단이었다.

한국인들은 '싹쓸이'를 좋아한다. 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 고 김용운 박사는 가뭄과 홍수, 한파가 번갈아 일어나는 한국의 자연풍토가 한국인의 극단성 기질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전부 아니면 전무, 떼쓰기, 갈아엎기, 승자 독식 같은 것들이 자연풍토와 더불어 호란과 왜란 등의 역사와 함께 만들어졌다.

과거를 깨끗이 쓸어버리면 새로운 세상이 올 거라고 착각한다. 그래서 늘 새것만 찾는다. 새로운 정치라 기존 정치인을 배격한다. 경륜이 축적될 수가 없다.

차도 집도 늘 새것만 찾고 매사 최첨단만 찾는다. 전통이 쌓일 수가 없다. 물론 이게 발전의 원동력이 된 건 맞지만 의식이 공허해지고 사나워졌다.

세상은 복합적이고 동시적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것이고, 다른 생각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늘 새것을 갈망하면서 과거에 질릴 정도로 집착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은 과거가 자기 미래를 결정하는 유교적 신분사회였던 조선의 500년 습속이 그대로 우리 핏속에 남아 흐르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정통성에 목숨을 건다. 아버지 뭐하시나, 고향은 어디냐, 어느 학교 나왔냐... 궁금해서라기보다 근본을 알려는 것이다. 사람 자체보다 주변부로 그 사람을 평가한다. 정통성의 뿌리를 살피는 것이다.

친일, 빨갱이 공세도 과거를 공격해 현재를 확보하여 권력을 선점하려는 정통성 우위 싸움이다.

과거는 청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극복은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우리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를 인정하면 정통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과거를 지우면 현실이 개선되고 미래가 열릴까. 

과거청산은 성찰을 방해한다. 과거를 기억해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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