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이런 골칫덩어리로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슬쩍 끼워 넣은 것들이 나중에 ‘반드시’라고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2024-08-27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1987년 헌법에 상해 임정이 “법통을 계승한다”는 식으로 삽입된 것은 광복군 출신 김준엽 전 고려대총장이 이종찬 민정당 의원에게 “반드시 법통으로 해야 한다”고 언질을 주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런 주장을 당시 민정당은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야당이나 보통 국민들은 이미 '대통령 직선'이라는 큰 부분에서의 승리를 거둔 다음이기 때문에 상해 임정 문제에는 그다지 관심조차 없었던 것이다. 슬쩍 끼워 넣은 것들이 나중에 ‘반드시’라고 해야 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를 일으킨다. 

상해 임정이 '법통'으로 명시되면서, 정부가 있는데 또 만들어야 하는 우스꽝스런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알지도 못했던 헌법 전문 개정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은 '경제민주화'를 명시한 119조 2항에서도 나타났다. 이 조항은 김종인이 주인이다. 김종인이 독일식 산업민주화를 헌법에 넣자고 주장하면서 사태가 벌어졌다. 

산업민주화는 우선 관료들의 지원을 받았다. 경제기획원을 정점으로 하는 관료집단은 재벌에 대한 통제권을 여하히 획득하는가 하는 고전적인 권한 투쟁에 집착했다. 산업민주화는 노사 간 평화를 축으로 독일의 기업 상황에서 발전한 개념이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노조의 경영참여와 노사 간 평화로운 교섭이라는 개념이 포함된다. 그래서 말 그대로 산업의 민주화라는 구체적 장치를 갖게 된다.

노조의 경영 참여는 노조가 직접 혹은 대리인을 통해 기업경영 즉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의 경우는 이사회의 상위 조직인 감독이사회에 1명 이상의 노동조합 대표를 파견하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감독이사회는 집행 이사를 선임하는 등으로 기업경영권을 행사한다. 재미있는 것은 독일은 우파가 집권하면 집행이사회 중심으로 혹은 이사회 의장의 권한을 강화는 방법으로 우회전하고 좌파정권이 등장하면 그 반대의 정책을 취하는 것으로 왼쪽으로 한 걸음 이동한다. 그다지 갈등적이지 않다.

노사 평화와 경영참여 외의 방법이 있다면 조합주의적 방법이 제안될 수 있다. 협동조합의 경영방식이나 이익을 공유하는 등의 산업 민주화가 제안된다. 독일은 2차 대전 이전에도 나치즘 정권 하에서 산업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추진해왔지만 대전 이후에는 특히 미국이 독일 기업들을 견제하는 방법으로 산업 민주화가 기본 개념으로 채택되었던 것이다. 

이 산업민주화가 한국에 와서 돌연 경제민주화로 바뀌었다.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전혀 학문적이지 않았다. 경제민주화는 정치적 자유화로 달성해야 할 하나의 목표적 개념이지 그 자체로 어떤 구체적 함의를 갖지 않았던 거다. 

경제 민주화라는 것은 경제 전체를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경영한다는 것이지만 정부는 언제나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민주적 통제를 받고 있다. 민주적 절차에 의해 무언가의 통제가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산업의 민주화다. 

기업의 자원 즉 자본 투자를 민주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는 한 국가를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로부터 이탈하게 만든다. 김종인은 무책임한 사람이다. 

국민연금을 지금 이토록 허다한 문제를 안고 있는 골치덩어리로 만든 것도 김종인이다. 그는 나중의 큰 연금은 사회보장세라도 걷어주면 된다는 한가한 소리를 되풀이하면서 “적게 내고 억수로 받는” 지금의 연금구조를 만들었다. 

이 김종인이 경제민주화라는 오조준된 개념을 역시 87개헌 당시 헌법에 끼워 넣었다. 당초 노조 측은 산업민주화와 이익공유제를 헌법에 포함하자는 방안을 내놓았다가 경제민주화면 충분하다는 설명에 뒤로 물러섰다.

끼워 넣는 것이 위험한 것은 그것이 가져올 미래의 복잡한 문제를 당장은 인식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항목은 충분한 토론과 논쟁의 대상에서 자연스레 제외된다. 국회의원들의 예산투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막바지에 끼워 넣는 지역 예산들이다. 

이런 항목들은 대개 심야에 제안되기 때문에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는다. 당연히 언론도 피해 간다. 그렇게 논란의 경제민주화는 오조준된 상태로 우리 헌법에 끼워진 것이다. 

이 반헌법적 개념을 박근혜 정권이 김종인의 안내에 따라 덥썩 두 손에 집어들게 된다. 김종인은 박근혜를 통해 1987년의 개인적 꿈을 달성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자유로운 경제 흐름은 심각하게 방해를 받았다. 원가의 통제, 협상에서 을의 지위 강화 등 수십 개 법률 조항들이 개정되었지만 그럴수록 경제는 악화되었다. 경제민주화라는 재앙적 개념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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