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욕할 이유 전혀 없다, 왜?

변덕 심한 불분명한 국민의 선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가 거부권

2024-08-04     최보식

[최보식의언론=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KBS 뉴스 캡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15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역대 대통령에서 유례없는 기록이다. 앞으로 이 횟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편집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비토권)은 원래 여소야대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다.

국민이 의회 권력과 행정부의 권력의 선택을 다르게 했을 때 어느 것도 우위에 있을 수 없다.  두 선택 모두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이고 대통령제 하에서는 이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 경우 정치적 가치가 다른 두 정파의 다른 선택은 불가피하고 각자의 권리를 행사하고 다른 의견을 다시 확인하고 확정하는 절차가 필요한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여소야대에서 의회와 행정부의 선택이 다를 경우 거부권은 꼭 필요한 제도이고 각 정파는 헌법이 주어진 절차에 따라서 각자의 할 일을 하면 된다. 거부권이 예측되는 입법을 한다고 비난할 일도,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국민이 권력을 나누어서 선택했을 때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고 이런 변덕 심한 불분명한 국민의 선택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가 거부권이기 때문이다. 

이 낭비적으로 보이는 결정 장애의 정치구조 또한 국민의 선택일 뿐이다. 우리가 정부와 의회의 어느 쪽을 비판하는 일 또한 다른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정치인들이 아무 결정도 못하는 것이 새로운 규제나 세금을 올리는 결정을 하는 것보다 더 나라에 좋을 수도 있다. 세비는 아까워 보이지만 정치인들이 뭘 열심히 한다는 것은 정작 규제를 키우고 정부의 힘을 키우고, 이해집단의 이익을 국민적 이익이라고 강변하며 특혜를 베푸는 일들이 다반사다. 따라서 지금처럼 개점 휴업의 자신들끼리 정치적 레슬링을 하고 아무 짓도 안 하는 것이, 규제를 키우고 이해집단을 위한 입법을 하고 포퓰리즘을 국정에 반영하는 일보다는 좋다.

그러니 저들은 저들의 링에서 뻔한 약속 대련의 프로 레슬링과 같은 쇼를 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삶을 영위하면서 동물농장의 바보들의 혈투를 가끔 혀를 차며 즐기면 된다.  무위의 국회는 민주주의의 비용이다. 그리고 거부권이 남발되는 구조를 만든 것은 정치인들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대선과 총선 사이에 변덕스런 결정을 하고 그것이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뗄 수는 없다.

#재의요구권, #비토권, #권력이원화, #민심양분, #거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