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침대공상] 김민기도 못 받아들이는 우파의 '트라우마'
모든 일과 현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욕하면서 닮아간다 했다. 좌파를 욕하는 우파들이 점점 좌파스러워진다. 마치 우파 타도하자던 좌파들이 우파의 나쁜 행태를 그대로 따라했듯. 민주화세력을 비판하더니 급기야 민주화운동까지 비난한다. 귀족노조, 체제전복 노조를 비판하더니 노동자의 생존적 권리까지 비난한다.
민주화운동이 잘못된 게 아니다. 민주화세력들이 민주화를 독점하고 자신들의 치부를 위해 이용하는 위선과 내로남불이 잘못된 것이지. 인간적 권리와 일한 만큼 대우받으려는 노동운동은 정당하다. 인간 진화의 결과인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체제를 전복하려는 가짜 노동운동이 문제지.
이승만, 박정희가 다 잘한 게 아니고, 김대중, 노무현도 마냥 잘못하기만 한 게 아니다. 건국도 산업화도 민주화도 그 과정에서 부작용과 부조리가 내포된다.
모든 일과 현상에는 양면성이 존재하는 것이고 잘한 건 인정하고 계승해야 진보 발전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우리 86세대가 타락한 건 서구의 68세대처럼 인권, 반전, 평화, 평등 같은 보편적 가치가 아닌 민족, 맑시즘, 주체사상 같은 이념에 빠져서다. 이념은 스스로를 정당화시키고, 허상이라 언제든 뒤집힌다. 건국 산업화 세력이 타락한 건 독점과 부패 때문이다. 근데 그게 전부인가?
86세대들이 이념에 빠지거나 내로남불과 위선에 빠졌다고 민주화 자체를 부정할 수 없고, 건국 산업화 세력이 독점 부패했다 해서 건국과 산업화의 업적을 무시할 수 없다. 꼴보기 싫어도 부모의 존재를 거부할 수가 없다. 좋으나 싫으나 내 몸속엔 부모의 유전자와 피가 흐르고 있기에.
주화(主和)의 최명길이 맞다, 척화의 김상헌이 맞다고 싸우는 건 부질없다. 주화파가 있었기에 조정이 건사했고 척화파가 있었기에 무시만 당하지 않고 주화에도 힘이 실린 것이다. 마냥 좋기만 한 사람이 무시당하는 원리다. 사람 좋지만 줏대가 분명해야 하고 심지가 있어야 함부로 하지 않는 것처럼.
김민기 정도도 못 받아들이는 옹졸함과 속좁음을 보며 여유가 사라진 듯하다. 박근혜 탄핵 이후 우파들에 트라우마와 피해의식이 생긴 건 이해한다. 정권을 몆 번 뺏기며 밥그릇이 축소되고, 민주화 세력들이 사회와 체제를 기형적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사실이다. 그건 그것 대로 싸워야 된다.
다만 한 사회에 공유가치가 사라지면 그 사회는 지속될 수 없다. 내홍 차원을 넘어 내전이 불가피해진다. 우리에게 공유가치가 부재한 건 서로가 상대의 나쁜 것만 부각시키기 때문이다. 함께 살리고 키워나가야 할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서로가 한쪽 면만 부각시키니 본말이 전도된다.
프랑스의 자유, 평등, 박애도 사실은 만들어진 신화일 수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모든 사회의 공유 가치는 만들어진 신화다. 하지만 그것을 믿어야 그렇게 된다. 인정할 건 인정하며 계승하고 부작용과 폐해는 반성과 성찰을 통해 개선시켜 나가야 사회는 지속가능해지고 미래의 문도 열린다.
#86세대, #68세대, #욕하며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