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 가고 싶다는 치매 노인의 짠한 소원

자립준비 청년과 노인이 아버지와 딸이 아닐까? 같이 만나볼까?

2024-07-07     최보식

[최보식의언론=고현종 노년유니온 위원장]

* 자립 준비 청년들 생활비 지원을 하다보니 만난 청년의 부모 이야기다.

"여기서 잠깐 기다려라. 어디가지 말고. 화장실 갔다 올게." 아버지는 딸에게 말했다. 딸은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파출소에서 신원조회를 했지만 아이는 출생 신고가 안 되어 있었다. 딸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자립 준비 청년이 됐다. 매년 아버지와 헤어진 날이면 청량리역엘 나갔다.

치매노인을 돕는 후견인 활동을 하면서 만난 노인의 자식 이야기다.

"여기 꼭 있어야 한다. 다른 데로 가면 안돼. 알았지." 남자는 딸에게 다짐을 받고 잠시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쓰러졌다. 병원에서 뇌졸증 판단을 받았다. 신원조회 결과 남자는 가족이 없는 걸로 나왔다. 이렇게 딸과 헤어진 남자는 긴 투병생활이 이어졌고 남자는 치매 걸린 노인이 되어 요양원에 입소했다.

요양원에서 외출해서 노인과 점심 먹으며 물었다.

"마지막 소원 있어요?"

"청량리역에 가고 싶어"

"왜 청량리역에 가고 싶어요?"

"딸이 기다리고 있어."

노인을 요양원에 바래다 드리고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퍼즐이 맞춰지는 생각이 든다. 혹시 자립준비 청년과 노인이 아버지와 딸이 아닐까? 같이 만나볼까? 서로 알아볼 수 있을까? 서로 뭐라고 그럴까?

그때였다.

"길 건너세요. 고장 났어요"라는 행인의 말에 앞을 보니 고장난 신호등이 깜빡깜빡거리며 서 있다. 그 모습은 아버지와 딸이 과거로 돌아 갈 수 없다는, 이제는 너무 멀어진 꿈들이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았다. 굳센 체념을 위하여 횡단보도를 황급히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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