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비봉의 시절풍자] 낙원상가 주모에게 나이 몇인가 물으니...

할매의 가슴 속에는 소녀가 살고 있다

2024-06-08     검비봉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검비봉 논설위원]

SBS 뉴스 캡처

서울 낙원상가 지하층에 가면 가장 저렴하게 술 한잔을 할 공간이 펼쳐진다. 3,500원에서 4,000원으로,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숨가쁘게 메뉴 간판을 수정한 흔적이 역력하다. 

600억에서 1조 3,000억으로 숫자가 바뀌는 송사(訟事)의 인사들은 열 번, 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이런 세상을 모른다. 사진작가적 관점에서 볼 때 저들의 고고한 표정은 매우 거북하다. 태어나서부터 '재벌'이고 '공주'였던 저들이 말하는 "어려운 삶을 돌아본다"는 레토릭은 관음의 자비인가, 빈티지를 향한 럭셔리 가문의 연민인가.

송사의 두 남녀는 까맣게 모르고 있다. 극단의 물질적 고난에 처한 자들에게 당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크나큰 혐오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을... 자본주의가 본래 그렇다고 한다면, 자본주의는 '양아치'다.

낙원상가 지하층 주모에게 나이가 몇인가 물었더니 삐쳤다. 팬더믹 이전에 와서도 나이를 물었던 모양이다. 그때도 허리가 120도 정도였는데, 오늘 보니 마찬가지다. 

할매의 가슴 속에는 소녀가 살고 있다. '태극기부대 오빠'가 뇌리에 살아있거늘, 그립던 그 모습이 오늘 뵙게 됐는데  ‘니 나이가 몇이고?’ 묻다니.  노소불문 가슴이 무너진다. 방금 핸폰질 바쁜 나의 뒤통수에 대고 그녀가 말한다.

"저 갈 껀데요."

문 닫고 간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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