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의 '일단 내질러보고'...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봐야?

이슈가 되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도 결국 윤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폭발한 '격노'가 빌미를 주고

2024-05-21     최보식 편집인

[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그전 같았으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봐야 아나싶을 정도로 악화될 때까지 고집을 부리거나, 더 버티면 정말 큰일날 것 같으면 대통령이 누구(장관)를 불러 질책했다는 식의 전언(傳言)을 흘러 퇴각했다.

총선 참패의 교훈일까.  이번 '해외 직구 규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나흘만에 공식 사과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이 취재진 앞에서 공개적으로 한 것이다 언론에 감()이 있는 정진석 비서실장이 들어서면서 그나마 빠르게 대응한 셈이다.

윤 대통령의 문제는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 발표나 주요 이슈에 대한 언급에서 너무 즉흥적이라는 점이다. 앞뒤 안 가리고 어떤 파장이 있을지를 계산해보지 않고 속된 표현으로  일단 내질러버리는식이다.

대통령이 시원하게 한마디 내뱉거나 국무회의에서 일방 지시하고 격노하고 나면, 정부 각료와 참모들은 대통령 말을 이행하고 그 뒤로는 주워 담고 수습하는 게 일이 됐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 사안과 무관하다"고 쉴드를 친다.  현 정권 들어와서 이런 풍경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말이 사전에 각료, 참모들과 '계급장을 뗀' 토론과 숙의를 거쳐서 나오는 것 같지가 않다. 대통령의 발언은 그 파급 영향력 때문에 절제되고 무거워야 하는 것이다. 말을 해야 할 때와 입을 다물어야 할 때, 또 말을 하더라도 어느 선까지 하고 여지를 남겨둬야 하는지를 그 기본적인 것을 윤 대통령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본인의 다변(多辯) 스타일 때문인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윤 대통령 발언의 무게가 가장 가볍다. 메시지 없이 들으나마나한 소리를 늘어놓고, 그 말들 가운데 어떤 부분이 걸려서 불필요한 사고를 친다는 뜻이다.

취임 초 본인의 역량이나 언론의 속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즉흥 발언의 대잔치인 도어 스테핑을 시작하면서 이런 사태는 예견됐다. 본인은 대통령으로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얼마 못 가 본인의 밑천이 들통났다. 대통령은 날마다 불필요한 구설수를 생산했다. 당시 본지는 도어스테핑을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결국 대형사고(슬리퍼 신은 MBC 기자와 언쟁)가 터지고서야 문을 닫았다. 앞서 인용한 대로 꼭 찍어 먹어보고서야 똥인지 된장인지 아는 거라면 절망적인 것이다.

실력이 안 되는 대통령이 즉흥성개인기를 발휘하면 사고는 터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에 과학 분야 개혁으로 국가 R&D 예산 삭감을 밀어붙였다가, 얼마 전에는 R&D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전면 폐지하라고 지시했다. 극단에서 극단으로 스윙을 한 셈이다. 본지 박동원 논설위원 표현으로는 마치 술 먹고 정신줄 놓은 채 접대부 아가씨들에게 돈 뿌리듯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TV 생중계에 직접 서너번이나 나와 의대 증원 2000명 돌격 앞으로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숫자는 별로 과학적 근거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협상이나 설득은 물 건너가고 석달 넘게 의료사태가 진행 중이다. 국정 운영의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이 이제는 방관자 자세로 지금 벌어지는 혼란 상황에 그냥 손놓고 있다.

이슈가 되고 있는 '채상병 특검법'도 결국 윤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폭발한 '격노'가 빌미를 주고 있다.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그게 수사개입 직권남용 혐의로 부풀려지는 것이다. 본인이 초래한 자업자득이다.

또 이전의 정권들과는 달리 사정기관을 통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가 다시 검사 출신을 앉힌 '민정수석실 부활'도 윤 대통령의 즉흥성을 보여준다. 그 직후 '김건희 수사 라인' 교체 인사를 해버리니 오해를 안 받는 게 이상하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보고 그때그때 내질러버린 결과다. 

윤 대통령의 취임 초 '취학연령 5' 정책도 꺼냈다가 없던 일이 되었고, 대선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는 소식도 없다. 기자회견에서 꺼낸 '저출산대응기획부'는 누구의 졸속 아이디어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한 결론으로 끝날 것이다

#저출산대응기획부, #해외직구금지, #채상병특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