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침대공상] 정치하지 말고 '대통령'이나 하세요?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않고 대통령 권력을 휘두는 게 바로 독재

2024-04-24     박동원 논설위원

[최보식의언론=박동원 논설위원]

요즘 한창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자신만이 '참 보수'라 주장하는 어떤 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하겠다"는 말을 반박하며 "정치하지 말고 대통령 하세요"라고 일갈했다. 자기만이 옳다는 오만하고 당돌한 말투나 태도가 거슬려서 그렇지 맞는 말도 가끔씩은 한다. 그런데 이 발언은 한참 잘못됐다.

대통령은 공화국의 최고지도자고 국제무대에서 국가를 대표한다. 통치의 정점이다. 주권을 행사하여 국토나 국민을 다스리는 게 통치고, 통치는 정치를 기반으로 한다.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이고 대표정치인이다. 대통령은 정치를 통해 선출되고 정치를 통해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한다.

정책은 선거에선 유권자를 호도하고 관심끄는 이슈지만 통치에서는 현실 자체다. 어떤 정책을 관철하고 수행하려면 반대자를 설득하고 반대여론을 되돌려야 된다. 이해 상충자들 설득하든 여론을 동원해 누르든 어쨌든 정책입안, 집행 과정에서 정치는 기본이고 정치를 하지 않고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가 없다.

외교도 국제정치다. 그것도 첨예한 국제 정치다. 우리같은 약소국은 강대국들간의 틈바구니에서 치열한 정치로 살아남는 게 운명이다. 과거 중국에 바치던 조공도 정치고, 삼전도에서 머리를 찧고 절하며 항복을 했던 인조의 행위도 넓게 보면 정치다. 이처럼 대통령은 아주 '고도의 정치인'이다.

대통령에게 정치는 가장 중요한 자질과 덕목이다. 거의 모든 대통령은 정치적 훈련 과정을 통해 정치 경륜을 쌓는다. 정치 경륜은 대통령의 '자격증'과도 같은 것이다.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않고 대통령 권력을 휘두는 게 바로 독재다. 독재정은 대통령의 생각이 정치적 여과, 조정과정 없이 집행되는 정치체제다.

공화국의 대통령은 계층과 여러 세력을 아우른 통치다. 지난 2년간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하지 않고 대통령 권력만 썼다. 외교, 남북관계, 4대 개혁 등 국가정상화를 목표로 한 방향성은 크게 잘못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니 한계에 봉착하고 지지율 폭망과 총선 참패에 이른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여과나 정치적 정무적 고려없이 일방적으로 집행되다보니 반발에 직면하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만이 쌓이는 것이다. 대통령의 생각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이 독재다. 그래서 '검찰독재 정권'이란 구호가 국민들에게 먹혔던 것이다. 이번 총선은 '정치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었다.

세 가지 '정치'가 있다.

첫번째는 민주주의 정치다. 국민의 대의자로서 대화와 타협, 양보와 합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민주적 절차를 지키며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교과서적 이상 정치다.

두번째 정치는 명분 확보의 정치다. 상대와 타협의 이상적인 정치가 불가능할 때나 확신에 가득 차있을 때가 있다. 특정 세력과 대중의 이해상충으로 반발하지만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정책이 있을 때 여러가지 정치 공학과 기교를 발휘하여 대중을 설득하고 명분을 확보해 관철시키는 '밑장깔기' 정치다. 이는 아주 정교하고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강한 명분 확보를 통해 반대를 극복하고 정책을 관철시키는 정치다.

세번째 정치는 대결의 정치다. 진영이 대립하고 피아가 뚜렷하게 구분되어 대화도 명분도 먹히지 않을 때 물리력으로 관철시키는 힘의 정치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않고 대중을 동원해 권력 잡고 포퓰리즘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 권력유지한다. 자신, 세력, 진영의 정치적 이익 확보와 생각을 관철시키는 정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세가지 중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하다 못해 아주 소극적이만 정말 중요한 정치행위인 국정 기조와 목표, 슬로건조차 없었다. 좀 심하게 비판하면 정치초보 대통령이 심기보좌하는 관료 출신들 몇 명 데리고 자신이 옳다고 하는 일을 계획도 정무적 고려도 없이 마구 밀어불여 온 것이다.

필자가  잘못 알고 있나? 그렇지 않고서 국정을 이렇게 운영할 리가 없다. 홍범도 흉상도, 김건희 특검도. 강서보궐선거도. 채수근 상병 사건도 이런 식으로 대응하고 대처할 리가 없다. 총선 앞두고 무식하게 의대증원 밀어붙일 리가 없고 선거 도중에 이종섭 호주 보내고 황상무를 내버려두고 민생투어를 시켰을 리가 없다.

'정치초보'라는 한계를 극복하려면 귀를 열고 많이 들어야 된다. 대선 땐 '학습능력이 뛰어나 대통령직 수행을 그럭저럭 해내겠다 싶었다'고 선거 도운 대통령 지인의 말이다. 학습능력이 떨어진 게 아니라 귀를 닫아서다. 정치하지 않는 대통령은 독재자다. '정치하지 말고 대통령하라'는 자의 말은 틀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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