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 결론은 이것? ....'타진요'의 알량한 정의감
알량한 정의감, 알량한 효능감에 취해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믿는 사람들
[최보식의언론=박태영 홀릭스 창업자]
소싯적 술 먹고 바다로 뛰어가는 놈 잡느라, 술 먹고 8차선 대로로 뛰어 들어가는 친구 잡느라, 추운 날 술 먹고 공원 화단에 처박힌 친구 찾느라 등등 고생했던 기억이 많다. 그 친구들은 자신들이 그런 행동을 했는지 기억조차 못 한다. 나도 돌아보면 여러 차례 아찔한 순간들이 있었다. 돌봐 준 사람들이 있었고 운도 좋아 살아있지만.
술은 아주 위험한 약물이다. 그래서 한잔 할 때는 항상 안전한 곳에서 먼저 양과 주종을 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상대 주량도 알고 있고 누가 먼저 취할 날인지도 정해두면 좋다. 무엇보다도 나이가 들수록 술 먹는 상대를 가려야 한다. 술을 먹으면 누구든 실수하는데 그 실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자신도 허세 때문에 괜한 약속을 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오해를 살만한 사람은 술 대신 차 한잔하는 것이 좋다.
2년 전 한강에서 한 의대생이 익사한 사건은 난 처음부터 '실족 사건'이라 생각했다. 술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마 다 비슷한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애초에 물가에서 만취하는 자체가 엄청나게 위험한 행동이다. 도시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다 보니 자꾸 살아 있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우리는 많은 안전 수칙을 모두 지킬 때 간신히 살아 있는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
사망한 의대생의 친구가 '무혐의'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도의적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술을 같이 먹으면 서로를 돌볼 책임이 부여된다고 믿는 편이다.
예전에 미국에서 필름이 끊긴 적이 있는데 일어나니 메시지가 수십 통 와있더라.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는데 다들 잘 들어갔는지 확인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페이스북 콜 부재중 전화도 몇 통 있었음.
"바텐더가 차 키를 뺏는" 그런 문화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어쨌든 자리를 함께 마무리하는 정도는 우리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술 많이 드시던 윗세대분들이 이건 더 잘 하는 듯.
한편으로는 도의적 책임을 넘어서는 비난과 마녀사냥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한국에는 뭔가 '집단적 굿' 문화 같은 것이 있다. 피해의식과 자기 연민을 일정 주기로 폭발시켜야 하는 사회적 압력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왜곡으로 진화하고 다시 음모론으로 진화한다. 종국에는 '타진요'(가수 타블요의 학력을 의심해 '타블요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고 몰아갔던 선동)처럼 머릿속에 피해의식과 자기 연민을 덮을 만한 효능감을 채울 대안 세계까지 만들어내고 진심으로 그 허상을 믿는다.
아들을 잃은 분의 마음을 내가 헤아릴 수는 없지만, 상실을 받아들이는 단계 중 너무 오래 부인과 분노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은 본인에게도 좋지 않다. 주위에서 이 생각을 부추기며 효능감 잔치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제 그분이 상실을 받아들이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왔으면 좋겠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하던가. 알량한 정의감, 알량한 효능감에 취해 자신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 믿는 사람들만큼 사회에 큰 피해를 주는 사람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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