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성 시위’에서 나타난 이해충돌... 전장연 시위를 둘러싼 '자유의 해석'

전장연 게릴라 시위 ... '표현의 자유'인가? '자유의 침해'인가?

2024-01-17     최보식
채널A 캡처.

[최보식의언론=손영준 국민대 교수]

2024년 새해에도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출근길·등교길 시민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전장연 시위은 이제 관행처럼 되었다. 한국 사회의 한 풍경처럼 되어버린 전장연 시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국민대 손영준 교수(미디어 전공)는 최근에 펴낸 ‘언론자유와 정치철학’(박영사)에서 “전장연 시위가 ‘표현의 자유’의 관점에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은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관점에서 타인의 산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관련된 책의 내용이다(편집자 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021년부터 수년째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 일대에서 시위를 벌였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과 예산 확보를 호소했다. 그러나 시위과정에서 지하철 객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휠체어 바퀴를 넣어 운행을 지연시켜 승객이 회사나 학교에 지각하거나 약속 시간에 늦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전장연의 시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장연의 시위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가? 전장연의 표현의 자유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 전장연의 목적을 위해 다수 시민이 희생하는 것은 괜찮은가?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관점에서 보면 전장연의 표현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롤스 입장에서 보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예산 증액 요구는 각자의 운(luck)을 중립화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표현 자체는 정당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가 보장하는 언론자유는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경우이다. 전장연의 시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동의 자유가 침해당했다고 할 수 있다. 전장연이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은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관점에서 타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해당한다.

전장연의 시위는 우리 사회의 복지사각지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정부 정책의 미비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견제적 민주주의가 작동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장애인 복지 대책을 요구하는 표현의 자유가 구체적으로 작동한 것에 해당한다. 그러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집회와 시위 관련 규정에 의거해 진행됐다면 공화주의적 표현의 자유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장연이 시위를 계획하는 구체적인 지하철역 장소와 시간을 사전에 공지해, 다른 사람들이 시위에 대비할 수 있다면 전장연 시위의 자의성과 임의성은 경감될 수 있다. 지하철 이용자들이 시위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게 된다면 참여 또는 회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전장연이 시위를 통해 행사하는 표현의 자유가 갖는 자의성·임의성은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출근길 게릴라성 시위는 다른 사람의 거주이전의 자유,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에 대해 자의적으로 간섭할 소지가 높다. 아침 시간 지하철에는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등교하는 학생 또는 개인 용무로 이동 중인 시민 등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전장연의 게릴라성 시위로 인하여 지하철 승객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된다. 지하철 출발이 지연되면 직장인이나 학생의 지각을 불을 보듯 뻔하다. 시민들이 전장연의 시위로 입게 될 손해에 대한 회피가능성(avoidability)이 있다면 시민들은 비지배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출근길 지하철의 경우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며, 그들에게 대체 교통수단이 마땅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회피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전장연의 지금과 같은 방식의 표현의 자유는 공화주의 관점에서도 수용되기 어렵다.

그러나 공동체주의적 관점에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전장연의 표현의 자유는 소수자인 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공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선한 행동이다. 따라서 공동체주의 관점의 언론철학은 타인에게 피해가 있더라도 관용을 가지고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전장연의 시위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전장연의 주장에 대응하는 방식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장연 시위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사회적 정의(justice)의 구체적 내용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인정하는 표현의 자유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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