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시킨 판사, 석달 뒤 '송영길 영장' 발부한 까닭?

'이정근 녹취록'에서 시작된 돈봉투 수사

2023-12-19     박상현 기자
KBS 화면 캡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60)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자정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창훈 부장판사는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며 "인적, 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창훈 판사는 지난 9월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해 거센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유 판사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박영수 전 특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그 뒤 검찰의 영장 재청구로 다른 영장담당 판사에 의해 박영수는 구속됐다.

유창훈 판사는 불구속 상태의 재판을 지향하는 '꼼꼼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보수 성향 국민들에게는 대표적인 '정치판사'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런 부담 때문에 이번 송영길 전 대표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발부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높았다.

송 전 대표는 영장 실질 심사 뒤 취재진 앞에서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며칠 전 자신의 구속을 예감한 듯 페이스북에 짜장면을 먹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소위 '이정근 녹취록'에서 촉발된 돈봉투 수사는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박용수 전 보좌관, 윤관석 의원을 차례로 구속기소했고, 8개월만에 '의혹의 정점'인 송영길 구속에 이르게 됐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당내 의원 및 지역본부장들에게돈 봉투 20개를 포함해 총 6천650만원을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송 전 대표는 2020년 1월∼2021년 12월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등 7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천30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