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비봉 시절풍자] 늘어난 뱃살에서 인간에 대한 깨달음!
곪은 맹장을 뻔히 보면서도 도려낼 생각은 안하고 '그냥 품고 갑시다'를 주장하는 꽉 막힌 의사선생도 있기는 있더라.
20년 이상 허리사이즈 34인치를 유지해왔다. 펜데믹 기간 동안 태만하게 생활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 37인치까지 늘어났다.
확언컨대, 내 허리사이즈 확장에는 문재인 정부의 탓도 크다. 꽉 막힌 집안에서, 꽉 막힌 정국을 보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었고, 이에 대한 정신적 적응(psychological adaptation)을 제대로 못한 결과가 뱃살로 돌아갔으니 말이다.
뱃살 때문에 거동이 무겁고, 마누라의 잔소리가 늘고(배를 툭툭칠 때는 심한 모멸감을 느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당장 입고 나갈 바지가 마땅치 않으니, 이런 황당한 기분은 처음이다.
줄자를 꺼내서 허리둘레를 재는데 이놈의 줄자도 말썽이다. 가늘고 얇은 철제 줄자는 내가 원하는 만큼 주욱 뽑으면 나왔다가 저절로 쏙 들어가는 편리한 도구인데, 뽑아내기도 불편하고 원위치롤 돌아가지도 않는다. 몇천 원이면 구하는 물건이지만 아깝다 생각해서 볼트 두어 개를 풀고 들여다 보니 태엽 용수철을 제어해주는 스토퍼가 부러져서 용수철이 동작불능의 상태이다.
정육점에서 보는 가축의 지방을 연상케 하는 내 배의 복부지방과 동작을 하지 못하는 줄자를 보면, 고쳐서 쓰기 힘든 인간상이 떠오른다. 야욕과 아집이 내면에서 응집되고, 독선과 증오로 다져져서 쌓인 복부지방과 같은 추한 심성과, 망가진 용수철과 같은 인성은 치유가 어렵다.
용수철이 고장난 줄자는 한 번 내밀은 자신의 척촌(尺寸)에서 요지부동이다. 남들이 뭐라든 자신이 한 번 내밀은 척도(尺度)는 자신도 어쩌지 못하니. 도구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싶었던 주인의 심사를 아프게 한다. 아깝다고 놔두었다가는 마누라의 쿠사리만 한 번 더 먹을 뿐이다. 대소사에 필요한 것은 다이소에 가서 찾아보면 된다더라.
운동과 식사조절을 통해서 체중은 수Kg이 감량되었으나 내장에 쌓인 기름기는 쉬 빠져나가지 않는다. 겸허하게 먹고 부지런히 노동해야 할 것을 망기하고 고집과 방만으로 인해 늘어난 추악한 나의 내장지방은 남의 탓을 할 일이아니다. 작심하고 기름끼를 빼고 몹쓸 물건은 버리면 된다.
곪은 맹장을 뻔히 보면서도 도려낼 생각은 안하고 '그냥 품고 갑시다'를 주장하는 꽉 막힌 의사선생도 있기는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