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봉 시절풍자]  버리고 떠났던 새 서방이 돌아온 듯

다른 사람들은 수족관 물고기들을 보거나 하지만, 나는 식당주인의 얼굴을 본다

2023-11-21     검비봉 논설위원

얼마 전 집사람과 의정부에 갔다가, 밖에서 보기에 메뉴판이 괜찮다 싶은 식당에 들어갔다. 흔히들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집에 들어간다고 한다.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으면서, 집사람은 실망의 눈빛을 보내온다.

홀에 알바가 둘 이상은 있어야 할 넓이인데, 주인 아주머니 혼자서 요리와 서빙을 다하고 있고, 손님이라고는 나이든 노무자들 4~5명이 식사를 하고 있는 테이블 하나 뿐. 이 식당은 판세가 기울고 있는 식당이다.

시큰둥한 표정의 주인아주머니에게 가자미찜 2인분을 주문하고, 나는 일부러 큰소리로 “여기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먼데서 오늘 우정 왔습니다”고 말했다.

주인 아주머니 얼굴에 급하게 화색이 돈다. 버리고 떠났던 새 서방이 돌아온 표정이다.

“ 어머어머, 그러세요? 어디서 오셨는데요? ”

“이 식당 잘 한다고 남양주까지 소문이 났던데요.”

이 한마디의 대화는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 이거 좀 잡숴 보세요. 13년 묵은 듬북장이고요. 이건 갈치젓갈이구요. ”

그 외에도 고둘빼기, 장아찌등등 귀한 반찬을 연달아 들어 나른다. 그 날 그 아주머니는 하루 종일 즐거웠을 것이다. 그 기분으로 손님들에게 친절과 정성을 다 했을 것이며, 또 향후 그 자세를 계속 유지하면 잘 나가던 시절의 판세도 회복할 것이다.

나는 선창가에 줄지어 있는 활어회집을 고를때(먹자골목, 옷골목도 마찬가지) 다른 사람들은 수족관 물고기들을 보거나 하지만, 나는 식당주인의 얼굴을 본다. 물고기는 관상을 보기도 어려우니 봐서 무슨 소용인가.

굳이 관상을 보는 게 아니라. 한눈에 보이는 후덕하고 마음의 여유가 있어보이는 얼굴을 택하기 위해서다. 그런 이들은 음식을 준비해도 양심적으로 성의를 다하기 때문이다. 식구들게도 항상 얘기한다. 물건을 보지 말고 물건 파는 사람을 보라고.

메뉴판만 화려한 자들이 있다. 사람이 먼저다. 균등하고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이다. 인사 N개 원칙을 지킬 것이다. 낙하산 인사는 없다. 일자리 상황판을 매일 직접 챙기겠다...

식당 안에 온통 이런 걸 써붙여놓고 진정성 없이 굴면 '기운내서 잘 해보라'는 격려의 말조차 입에서 안 떨어진다.

사람을 뽑으려거든 구호를 보지 말고, 인간의 진면목을 보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태생적인 지질이들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 한다.

말이 앞 다르고 뒤가 다른 자,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자. 말해놓고도 잘 안 되면 남의 탓 하는 자, 이런 자들이 구제불능 지질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