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원 침대공상] 마을 통기타 동호회에서 일어난 온갖 일들
사람이 귀해서가 아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많아야 회비가 확보되고 연습실이 유지된다.
동문회는 위계질서가 있어서 사소한 갈등은 있어도 외부로 분출되진 않는다. 동기회는 서로를 잘 알기에 갈등이 별로 생길 소지가 없다. 동기회에 나올 정도면 친소관계가 이미 생겨 있다는 얘기다.
동호회는 완전 다르다. 고향, 직업, 경제력, 성격, 성향, 나이까지 취미만 같을뿐 완전 이질적인 군상들의 집합체다.
지금껏 동호회가 순탄하게 굴러가는 꼴을 못 봤다. 떼짓기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하여간 온갖 종류의 취미나 취향, 緣을 엮어서 동호회를 만들어댄다.
난 천생 '독고다이' 스타일이라 그런 동호회들을 질색한다. 좋자고 만나서 헐뜯고 시기하고 갈등하고 비방하고 줄세우고 패거리지어 분파 만들어 결국 새로운 동호회로 갈라지고 그런 일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한국인의 동호회는 정말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질색을 참고 처음으로 딱 한 곳 가입한 곳이 마을 통기타 동호회. 원래는 한 10명 내외 로 중급 실력 이상되는 이들이 주기적으로 모여 함께 연주하며 노래도 하는 그런 모임을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그냥 그나마 활성화가 잘 된 집 인근 동호회에 가입했었다.
4년밖에 안되었는데, 몇명 안 되는 젊은(?) 남자란 이유로 내가 수락도 안했는데 일방적 호명되고 강제 투표에 의해 비자발적 회장을 맡고 보니 그전에 모르고 없었던 온갖 일들을 다 겪는다.
성격과 성향이 안 맞아 갈등하는 건 기본이고 신구간 갈등부터 한국인 특유의 텃세 심지어 누가 뒤에서 뭔 말을 하는지 꼰지르는(?) 이도 있다.
주인이 따로 있는것도 아니고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 둘 수 있는 의무감 없는 동호회는 정말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란걸 다시 한번 느낀다.
내 취미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라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활성화는 못시키더라도 현상 유지는 해야 되겠단 생각으로 아까운 시간 쪼개어 봉사는 하고 있다.
이 60명도 안 되는 작은 동호회 하나 운영하는데도 많은 인내가 필요하고 고충이 있다. 제각기 쏟아내는 불만 다 들어주고 다독여 한 사람이라도 이탈없게 갈등을 싹여내고 독려하고 칭찬한다.
사람이 귀해서가 아니다. 한사람이라도 더 많아야 회비가 확보되고 연습실이 유지된다. 확보된 돈이 많아야 앰프 등 장비도 좋은 걸로 바꾸고 다양한 행사 이벤트도 가능하다.
동호회를 운영하며 위정자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한다. 백성을 생각하는 위민과 애민의 제왕적 도(道)가 아니라, 현실의 이(利)를 먼저 생각해야 작은 조직도 나라도 통치나 경영이 가능하단 걸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위정자가 도(道)에만 치우치고 이(利)를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이 먼저다' 따위의 감상적 오류에 빠진다.
정시 모임에 나오지 않고 소모임에만 나온다며 재제를 가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에 "그 사람들 정모에 안나온다 너무 힐난하지마라. 그 사람들이 회비를 내기 때문에 회가 유지된다. 그냥 그이들은 그이들 취향에 맞게 활동하도록 놔두자. 자꾸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배척하고 배제하면 아무도 안남아난다." 설득하니, 어느 정도 불만이 삭혀진다.
난 우리 정치인들이 작은 동호회 같은 데서 회장 자리라도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싶다. 큰 나라의 축소판에서 인간군상들이 어떻게 갈등하고 부딪히는지를 보고, 어떤식으로 이를 해소해야 하는지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평생 자기 중심으로 살아온 사람, 평생 감상적 이념에 젖어 살아온 사람들이 어떻게 이(利)의 원리를 몸소 체험하겠는가. 이건 기업 경영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