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앵커, 미인계, 이중간첩, 외교부장 실종...중국 권부 내 무슨 일이?

미국에서 친강과 인터뷰를 한 지 16개월 만에. 친강이 외교부장에 취임하자 SNS에 아들 사진과 함께 "승리의 시작"이라는 글을

2023-08-04     최보식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20207월 미국 워싱턴. 홍콩 봉황TV 앵커 푸샤오텐은 미래의 중국 외교부장과 인터뷰한다. 그때 기념촬영까지 했다. 전 외교부장 친강의 실종은 푸샤오텐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푸샤오텐은 친강의 내연녀로 혼외자까지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임명 7개월 만에 해임된 친강이 내연녀 때문에 숙청됐다니 참 놀랍다. 푸샤오텐은 애초 중국 인민해방군 정보국 소속 간첩이었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이중간첩으로 활동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725일 중국 전인대는 친강 외교부장을 해임하고 전임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외교부장으로 재임명했다. 친강이 사라진 지 한 달 만이었다.

'친강 해임은 중국 로켓군과 관련이 있다'고 대만과 미국의 중화권 매체에서 보도했다. 5월 전후, 중국 로켓군 수뇌부들도 교체됐다. 로켓군은 ICBM 등 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부대다. 로켓군은 2016년 재창설의 자세로 현대화했다. 2017~2019년까지 29개에서 39개 여단으로 커졌다.

하지만 최근에 리위차오 사령관, 류광빈 부사령관, 장전중 전 부사령관이 문초를 당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7월 초 부사령관 우궈화는 돌연 숨을 거뒀다. 당국은 "자택에서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했다. 반면 대만 신문은 로켓군 내부 소식통을 인용, "자택에서 자살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왕허우빈 해군 부사령관을 대장(상장)으로 승진시켜 로켓군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작년 10월 미 공군대학이 내놓은 보고서 때문에 로켓군 수뇌를 전원 교체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공매체 에포크타임스"친강 해임도 로켓군 관련 사건으로 촉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에 유학 중인 로켓군 고위 장성 아들이 돈을 받고 로켓군 내부 기밀을 미국에 넘겼다. 이 사실을 미국에 있는 중국 공산당 기관원이 파악하고 즉각 친강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친강은 내연녀 푸샤오텐의 부탁을 받고 이를 시진핑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미국에 기밀을 넘긴 사람은 푸샤오텐과 가까운 사이였다.

친강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상부에 보고했다. 시진핑이 사건의 전말을 방첩기관에게서 보고받았다. 친강은 바로 목이 잘렸다.

로켓군 고위 장성의 아들이 넘긴 기밀은 작년 10월 미 공군대학 산하 중국우주항공연구소가 공개한 242쪽짜리 로켓군 보고서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로켓군 조직 구성, 각급 부대 지휘관과 주요 간부 개인정보, 배치한 미사일 종류와 전력 평가, 로켓군 기지의 위치와 좌표까지...

당연히 중국 공산당은 발칵 뒤집혔다. 친강 내연녀 푸샤오텐은 총참모부 제2(군 정보국) 소속 간첩이었다. 나중에 미국과 내통해 이중간첩으로 암약했다. 푸샤오텐은 미인계로 친강에게 접근한 거다.

1983년 출생으로 홍콩에서는 유명한 앵커다. 결혼하지는 않았지만 2021년 아들을 낳았다. 미국에서 친강과 인터뷰를 한 지 16개월 만에. 친강이 외교부장에 취임하자 SNS에 아들 사진과 함께 "승리의 시작"이라는 글을 올렸다.

푸샤오텐은 4월 방송을 중단하고 종적을 감췄다. 로켓군 수뇌부와 친강의 숙청이 있기 직전이었다. 불륜, 미인계, 이중간첩, 외교부장의 실종...

죽의 장막중국은 21세기에도 비밀이 많다. 여전히 베일로 빛을 가려버려 캄캄하다.

3연임 시진핑의 강군몽()’이 흔들리는 징후다. 무엇이 빌미가 되었든, 시진핑은 로켓군의 협잡과 배신을 우려해 칼을 뽑은 것이다.

새로 임명된 로켓군 사령관은 해군 출신, 정치위원은 공군 출신으로 로켓군 경험이 전혀 없다. 로켓군 내부 파벌이 시진핑에게 충성하지 않을 우려 때문에 견제용 인사를 한 것이다.

지난 624일 러시아에서 프리고진이 이끈 바그너 그룹 반란도 계기였다. 그때, 중국에선 인민해방군이 당이냐 국가 군대냐논쟁이 불붙었다. 러시아처럼 중국에도 군의 균열이 일어날 수 있다.

시진핑은 정치는 한 손에 휘어잡았다. 강한 그립으로 후진타오를 비롯한 원로까지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군은 시진핑으로서도 실세들이 충성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시진핑의 불안도 깊어졌을 것이다.

7전군 당 건설회의에서 군대에 대한 당의 절대적인 지도력을 강화하는 문제가 중요!"(시진핑)"라고 했다. 정적을 제거하고 3연임에 안착한 절대권력자 시진핑이 군 내부의 파벌을 왜 두려워할까?

‘1인 체제'에서 시진핑의 오판은 중국을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오판의 리스크가 커지면, 불만도 시진핑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작년 말, 3연임 하자마자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금 중국은 경제난이 심각하다. 청년실업과 경기둔화, 대미관계 악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부작용 등 피로현상이 심하다. 시진핑은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