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먼 동이 트기 전 수밀도의 너의 가슴으로 달려가고...

삼류소설가이세요?  맑은 날에 그런 말 하지마세요

2023-07-12     신광조 객원논설위원

전북 남원에서 이제 막 결혼을 했을 법한 처자와 그 조카가 아파트입구에서 복숭아를 판다.

복날 수박은 잘 나가나 복숭아는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 찾는 이의 발길이 뜸하다.

내가 요즘 알아버린 과일 판별법은 사람도 그러는 줄 모르겠지만, 이쁘고 뗄싹 큰 놈일수록 별 볼일 없다는 것이다. 보기좋게 컸거나 윤이 나는 놈은 농약 세례를 당했을 가능성이 많다.

가장 못 생기고 반은 패이고 몇 개는 썪은 복숭아가 한 무더기에 오천원이란다.

이놈들이 맛있는데 왜 이리 싸죠. 내 친구가 복숭아를 키우고 있어 잘 압니다.”

"보기좋은 떡이 먹기좋은 줄로만 사람들이 압니다. 과일은 생명이 있는 거라서 떡과 다른데도 말이죠."

두 보따리를 사려했으나 한 뭉텡이만 사라 한다. 약을 안해서 금방 상한단다.

복숭아가 가장 농염한 과일이지요.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라는 시에도 복숭아가 나오지요. ‘마돈나 먼 동이 트기 전 수밀도의 너의 가슴으로 달려가고 싶다던가..’‘ 이 시에 나오는 수밀도(水蜜桃)가 복숭아예요.”

"선생님은 시인이세요?. 참 고상도 하시네."

아닙니다. 영광 백수에서 온 대합입니다. 그런데 제가 산 복숭아가 달고 향기롭고 맛있을 것 같아요. 여자도 좀 벌레 먹고 좀 상한 여자가 다들 더 낫다고 하더라고요.”

"선생님 고상하고 점잖은 시인인 줄 알았더니, 선데이서울 같은 잡지 기자지요. 그렇지 않으면 3류 소설가. 날씨 맑은 날은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리고 눈을 홀긴다.

인생이란 게 원래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한 것이어요. 많이 파십시오. 그런데 여기 좌판 앞에 이렇게 하나 써 놓을까요. ‘복숭아는 싱싱하고 큰 놈도 맛 있습니다. 벌레가 먼저 먹고간, 좀 상한 복숭아는 더 달고 더 맛이 있습니다. 가장 진한 향기와 색깔의 남원 수밀도를 한여름에 마음껏 즐기십시오. 해가 지고 떠나면 다시 찾아오지 않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