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의 늘공40년] 어느 사회단체장의 갑질
“어젯밤 한 체육단체회장이 ‘문화상 심사가 공정치 못했다’며 ‘재심사를 하지 않으면 그만두겠다’는 항의전화를 받았습니다.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생각해 별다른 답변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이런 일이 생겨 유감입니다.”
자치단체마다 ‘시민의날’에는 지역을 빛내고 봉사해온 사람을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용인에서 부시장으로 일한지 두 달 남짓 되었을 때, 문화상심사위원회를 주관하게 되었다. 위원장인 나는 회의 운영만 하고 직접평가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사자가 시장에게 항의를 하고 그만두겠다고 진상(?)을 떠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겨난 것이다.
“문화상을 자신이 못 받게 되었다고 단체장을 그만두겠다는 수준이면 단체장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봉사가 생명인 자리를 무슨 완장이나 벼슬로 생각하는 단체장이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고 시민들에게도 불행한 일입니다.”
시장이 회의를 마치고 들어간 후, 마무리를 하면서 나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단체장은 봉사하는 자리인데 상을 못 받게 되었다고 그만두겠다고 엄포(?)를 놓는 건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경륜이나 활동 공적을 봐도 공정한 심사였다는 소신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만두겠다던 그 단체장은 물러나지 않았고 뒷맛 또한 개운치 않았다.
용인특례시 A체육회장이 지난달 말, 여수에서 진행된 워크숍 첫날 저녁 회식 장소 문제로 직원들에게 폭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당시 A회장은 ‘숙소와 가까운 장소에서 회와 매운탕을 먹자’고 했으나, 회식 장소는 택시를 타고 약 30분 거리에 있는 식당이었다. 그는 “왜 이렇게 멀리 가냐”며 직원들에게 폭언을 했고 도착한 뒤에도 “우리가 삼합 따위를 먹으러 온 게 아니지 않냐” “내가 횟집 가자고 그랬지 않았냐?” 며 욕설과 함께 고성을 질렀다.
그는 여수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약 30분간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다 먼저 숙소로 돌아갔고, 직원들은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이동했다.
그 후 숙소 앞 광장에서 기다리다 직원들에게 또 한 차례 욕설과 폭언을 퍼부었고 소란은 경찰이 출동해서야 끝났다는 것이다. 모욕감과 망신을 당한 직원들은 오 회장의 모욕과 협박 등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장을 내기에 이르렀다.
A회장은 사태가 커지자 체육회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직원들은 ‘ A회장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달 30일, 용인특례시체육회 종목경기단체장 30명은 A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시체육회 직원들이 그간 A회장의 폭언과 갑질에 시달려왔다며 A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지 이틀 만이다.
이들은 하루 전날, 이 사태를 논의한 결과 만장일치로 “ A회장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하기로 결정했고 자진사퇴 하지 않을 경우엔 궐기대회 등 무너진 용인 체육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회장단과 함께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선출직인 그의 임기는 2027년 2월이고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용인 체육 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몸을 낮추며 선거운동을 통해 당선된 그는 취임식 당시에도 직원들에게 폭언을 했고 ‘예산을 삭감한 의원을 찾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봉사가 생명인 사회단체장이 완장 행세를 하고 갑질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된 행태다. 그런데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지역사회는 물론 체육회와 시민들이 불행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