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신’을 한 듯 봉하로 몰려가는 군상... 무덤은 ‘진영 권력’의 상징

죽은 자의 권위로 산자의 영광을 누리기 위함

2023-05-23     김선래 기자

박동원 논설위원· 김선래 에디터

매년 523일은 무슨 접신(接神)’을 한 듯 전국이 떠들썩하다. 여야 인사들이 노무현 서거 14주기를 맞아 봉하마을로 우르르 몰려가고 있다. 이들은 자기 부모 제사는 이렇게 받들지 않을 것이다.

이날 노무현재단은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가 추도식 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무현을 이렇게 홍보했다.

"재임 시절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2008225일 퇴임과 함께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귀향했다. 주민들과 함께 친환경생태농업을 중심으로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2009523, 고향 봉하마을에서 서거했다

몇 달 전 출간돼 논쟁이 됐던 '이인규 회고록'은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극단적 선택을 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미국 주택 구입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자신의 거짓말이 드러나는 등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에 빠졌다’고 하소연할 만큼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 한겨레·경향신문 등 진보 언론은 그를 가혹하게 비판, 아니 저주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가까운 사람들 모두 등을 돌리고, 믿었던 친구이자 동지인 문재인 변호사마저 곁에 없었다. 이것이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매년 반복되는 봉하마을로 몰려가는 노무현 추도 난리법석을 보면서, 대한민국은 기본보다 근본을 따지는 나라임을 다시 떠올린다.

조선 신분상징 구별의 집대성이 바로 '제례(祭禮)'. 엄격한 규정과 절차로 차별을 확립한다. 더불어 '족보'도 가문을 지켜주는 중요한 상징이다.

족보는 무덤으로 증명된다. 무덤은 조상 섬김이 아니라 현세의 권력과 영화를 위한 것이다. 무덤의 크기와 제사의 규모와 격식으로 가문의 권위를 확보하고 친족의 일체감과 동질성을 다졌다. 무덤은 가문을 지켜주고 근본을 각인시키는 상징적 실체다.

서양인들은 묘지를 메모리얼 파크라 한다. 추억하는 곳이다. 일본도 마을 한가운데 있고 멕시코는 죽은 자의 날까지 만들어 축제를 벌인다. 일상 속에서 조상과 일체감을 이루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누지 않는다.

한국인의 무덤은 권위와 권력의 상징이다. 근본과 정통성은 무덤에서 시작된다. 세계 어디에도 개인의 무덤이 한국과 같이 크고 화려하게 만든 곳을 보지 못했다.

때만 되면 무덤은 거리 곳곳에 현수막으로 걸린다. 가문의 근본을 만천하에 알리고 각인시키기 위함이다.

무덤은 진영 권력의 상징이 된다.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진영의 근본을 되새기고 결속을 다져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각인 수단이다. 죽은 자의 권위로 산자의 영광을 누리기 위함이다. 기본보다 근본을 중시하는 사회는 무덤에서 비롯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화환을 보냈고, 한덕수 총리는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와 함께 추도식에 참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등 지도부, 당 소속 의원들, 김동연 경기지사, 김영록 전남지사, 김관영 전북지사,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몰려갔다.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세균 전 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 한명숙 전 총리 등도 자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이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