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수영’ 즐긴 파주시장의 거짓말... 중앙에선 모르는 '천태만상 갑질들’

[홍승표의 늘공40년] ‘완장’ 행세에 거짓말까지 했으니 처신이 어렵게 됐다

2023-05-15     홍승표 논설위원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공직자로서 부주의하게 처신해 논란을 일으키고,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수신(修身)에 더욱 힘쓰고,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시장이 되기 위해, 시민만을 바라보며....”

일명 황제수영으로 논란이 된 김경일 파주시장과 목진현 시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가 공무원 행동강령과 지방의회의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발표하자, 공식 사과하고 나섰다.

김 파주시장과 시의원은 민간업체가 위탁 운영하는 파주시 소유의 한 수영장에서 점검시간에 특별 수영 강습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처음에는 부인했으나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식발표가 있자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인 것이다.

완장행세에 거짓말까지 했으니 처신이 어렵게 됐다. 그런데 선출직 시장은 처벌할 수 없고 시의원만 시의회에서 징계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의 꽃은 사무관이다. 행시 출신이 즐비한 중앙부처에선 사무관이 즐비해 별 볼일 없지만 일선 시군에선 내로라하는 완장이다. 사무관 보직인 시군 과장이 그렇고 읍··동장이 또한 그러하다.

특히 시골에서 읍·면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어느 자리엘 가든 상석이고 어른 대접을 받으니 자신도 모르게 우쭐해지고 안하무인 행세를 한다. 물론 6급 이하 주무관 중에서도 갑질을 일삼는 직원이 있기는 하다. 사람마다 인성이 다르고 일을 대하는 관점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다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는 나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몇 해 전, 경기도 안성에서 모 면장이 관용 차량을 자가용처럼 이용하고 운전기능직 9급 직원을 개인비서처럼 일을 시키고 욕설까지 했다. 때론 자신의 개인차량을 운전하게 했는데 관용차를 사용하면 감사에서 걸리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 직원은 사표를 던지고 면장이 개인 기사처럼 일을 시켰다며 안성경찰서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해 세상에 알려졌다.

경기도 양평군에서는 이장들이 연명으로 안하무인 면장을 바꿔달라고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준공무원으로 불리는 이장들이 초유의 집단행동을 하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게 지배적 여론이었다.

최근 경기도 양평군에선 전직 공무원의 행태가 입방아에 올랐다.

여기는 개인사유지이므로 차량통행은 할 수 없습니다.’

이 땅은 양평읍 내 49면적으로 오랜 기간 도로로 사용돼왔고 군청에서 아스콘 포장까지 했다. 길을 막은 사람은 땅의 소유주로 군청에서 서기관으로 퇴직한 공무원이다.

지기 땅이므로 주민들의 차량 통행을 막은 것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그가 공시지가의 10배인 6천만 원을 요구해 군에서 매입히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명색이 주민 봉사 행정을 떠들던 군청 국장까지 지낸 공무원의 처신이 볼썽사납다.

전북 고창에선 박 모 전직 군수가 마을회관을 개인용도로 독점 사용해 원성을 사고 있다. 전직 공무원이 후배에게 청탁하고 안 되면 온갖 험담과 모함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현직 공무원이 완장행세를 하는 건, 불행한 일이다.

공무원이지만 공무원으로 살지 마라!”

나는 현직일 때나 퇴임 후에도 후배공무원들을 만나거나 특강을 할 때, ‘공무원으로 살지 말고 사람으로 살라!’는 말을 해준다.

공무원들은 국민이 위임해준 권한으로 공무를 수행하는 국민의 머슴이다. 그런데 간혹 공무원이라는 완장을 차고 갑질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공무원은 퇴직하는 순간 사람 대접을 못 받게 된다. 실제로 갑질을 일삼던 공무원이 퇴직 후 따돌림을 받는 걸 보았다.

퇴직 후에도 완장 행세하는 건 더더욱 그렇다. ‘아직도 현직인 줄 아나? 재수 없다는 비난이 뒤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현직 공무원들이 완장의 굴레를 벗고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