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파문’ 누가 징계돼야 하나...태영호, 이진복, 혹은 보좌진?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암시’를 포함한 녹취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꾸며낸 이야기일 때만 그렇다

2023-05-04     최보식 편집인
JTBC 화면 캡처

태영호 녹취록파문과 관련해 국민의힘 윤리위가 3일 저녁 긴급 소집됐다. 태영호 징계를 서둘러 확산되는 불을 끄자는 것인데, 그 대상이 왜 태영호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현재로는 녹취록 파문에 대한 책임이 명확히 태영호에게 있지 않다. 의원사무실 안에서 보좌진에게 했던 태영호의 말을 누군가 녹음해 건넨 파일을 MBC가 보도했기에 파문이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태영호가 책임질 것은 어디에도 없다.

형식 논리로 따지면, 녹취록 파문을 촉발한 쪽은 태영호가 아니라 내부 유출자와 MBC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특정되지 않은 내부 유출자는 도의적으로 배신행위를 했을 뿐 법적인 책임은 없다. MBC도 보도기관으로서 역할을 한 것이기에 전혀 문제 삼을 게 없다.

태영호가 윤리위 심사 대상이 되는 경우는 단 하나다. MBC ‘녹취록 보도가 있은 뒤 태영호가 대응 차원에서 했던 발언들이 거짓말인 경우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암시를 포함한 녹취 내용이 사실이 아니고 꾸며낸 이야기일 때만 그렇다.

이럴 경우 태영호는 윤리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대통령실이 공천권과 당무에 개입한다고 소위 모함한 것이다. 설령 보좌진 독려 차원에서 한 거짓말이라 해도 MBC 보도로 인해 파문이 됐기에 태영호는 책임을 져야 한다.

태영호는 녹취록 파문 이후 이진복 수석이 실제 그렇게 말한 적 없다는 식의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 수석이 그런 말 안 했는데 자신이 거짓말했다는 것이 되면, 태영호는 윤리위 징계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태영호의 이런 해명과 달리, 녹취 내용이 사실이라면 징계 대상은 이진복 정무수석이다. 대통령실의 공천권으로 태영호를 압박·회유한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녹취록 내용은 태영호가 지어낸 말이라고 보지 않는다. 끝내 밝혀지지는 않겠지만, 이진복이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진복은 대통령실 소속이어서 당에서 실질적으로 징계를 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

MBC ‘녹취록 보도뒤 태영호는 순진한 대응으로 결국 자기 무덤을 파게 된 격이다. 태영호는 이미 제주 4.3 발언 등으로 당 지지율을 갉아먹었다고 찍혀 윤리위 징계 심사에 올라와 있다. ‘녹취록 파문까지 터져 당 윤리위에서 태영호를 보다 편하게 중징계할 수있게 됐다. 국민의힘에서 그나마 귀중한 자산인 태영호가 외통수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