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오탈자'의 경사특채는 금수저 특별전형?

[이양승 게인법칙] '부잣집 자녀'가 때린 타구가 이미 파울 라인 밖으로 날아갔는데 '부잣집 자녀'를 위해 파울 라인을 다시 그어 그 타구를 안타로 인정해주자는 것과 논리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2023-05-01     최보식

양승 객원논설위원

드라마의 한 장면

과거에 사시제도가 있었다. ‘고시폐인이 많았다. 사회적 비용이었다. 논란 끝에 사시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변호사시험(변시) 응시기회도 5회로 제한했다.

변시에 응시해 5번 떨어지면 더 이상 응시기회가 없다. '오탈자(五脫者)'라는 조어가 만들어졌다.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다섯 번 탈락한 응시자라는 뜻이다. 어쨌든 그것이 룰이고 규칙이다. 물론 탈락 사연은 안타깝다.

변호사 노동시장에서 선별 메카니즘이 바로 로스쿨 졸업과 변시 합격이다.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았거나 변시를 합격하지 않았으면 변호사 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미친 짓이 벌어지려고 한다. 변호사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을 경찰공무원 시장에서 '특권'을 부여하자고 한다. 특히 규칙을 수호해야 할 경찰청이 규칙을 무시해가며 변시 탈락자들을 경사로 특채하는 것은 코미디다.

경찰청은 "변시에는 탈락했지만 로스쿨을 졸업한 '인재'들이니 선발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로스쿨을 다녔다고 해서 '인재'로 인정한다면, 로스쿨보다 더 들어가기 어려운 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 자리를 구하지 못했거나 공무원 임용시험에 낙방했으면 '인재'이기에 모조리 구제해 공무원으로 '특채'하는 것이 형평에 맞다.

로스쿨을 다녔다고 해서 '인재'인 것이 아니라 실력이 있어야 '인재'일 것이다. 그럼 그렇게 '실력있는이들을 어떻게 찾아낼까? 어떤 사람이 '실력'이 있고 없고를 어떻게 알까? 그래서 시험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시험을 치러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힘들다. 힘들기에 아무나 못 한다. 그래서 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에게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시험이 바로 선별 메카니즘이다.

'오탈자' 경사특채는 '금수저 특별전형'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은 대개 로스쿨에 가지 못한다. '오탈자' 경사특채는 야구로 치면, '부잣집 자녀'가 때린 타구가 이미 파울 라인 밖으로 날아갔는데 '부잣집 자녀'를 위해 파울 라인을 다시 그어 그 타구를 안타로 인정해주자는 것과 논리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

'경사특채'는 비열한 짓이고 또 다른 음서전형이다. 경찰청이 로스쿨 탈락자들 중에 금수저들을 구제하겠다는 얕은 수작밖에 되지 않는다.

경찰청은 '경사특채' 제도가 꼭 필요하고 정당하다면 그 특채 제도를 제안한 사람이 누구인지 공개하기 바란다.

순경 공채 합격하겠다고 전국 대학에서 학원에서 도서관에서 고시원에서 옥탑방에서 청년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