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의 늘공 40년] 김진태와 이재명, 그리고 남경필

연가 신청이 골프를 친 날짜에서 사흘 뒤에 제출되었다는 건 빤히 보이는 잔꾀다. 세상 사람들을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로 여기는 것 같다

2023-04-06     홍승표 논설위원
MBC 화면 캡처

강원도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근무시간 중 골프연습장을 찾은 게 논란이 됐다. 김 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30분경, 춘천의 한 골프 연습장을 방문해 30분 정도 골프 연습을 했는데 퇴근 시간이 안된 상황이었다. 그날은 강원도 홍천과 원주에서 산불이 잇따라 발생했고,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경계단계가 발령돼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1시간 연가를 내고 조퇴했다"고 해명했다. 나는 40년 공직생활동안 1시간 외출은 몰라도 ‘1시간 연가라는 건 들어보질 못했다. 더구나 연가 신청이 골프를 친 날짜에서 사흘 뒤에 제출되었다는 건 빤히 보이는 잔꾀다. 세상 사람들을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로 여기는 것 같다.

1시간 외출이든 연가든 산불위기 상황에 골프 연습을 한 건 김 지사의 머릿속에 공직자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논란이 더욱 확산되자, 김 지사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산불 위기 상황에 부적절한 행동이었다""중요한 시기인데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유념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태 지사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20216. 경기도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사고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떠올랐다. 그날 화재로 한 소방관이 고립돼 순직했는데 그 시간에 이 지사는 마산에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과 먹방 녹화를 했다는 게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이재명 지사는 처음에는 "국민의 안전 문제를 가지고 왜곡하고 심하게 문제를 삼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고립된 직후 유튜브 먹는 방송 녹화를 한 것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하지 않았다. 떡볶이와 디저트 단팥죽까지 자리를 옮겨가면서 찍은 자기 자랑 쇼 방송 녹화를 마친 후, 그는 화재발생 20시간 후인 새벽 1시 반에야 화재 현장에 도착했다.

그 뒤 논란이 거세지자 그는 "저의 판단과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말했다.

201410월 성남에서 환풍구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성남시 분당구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인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가 무너져 관람객이 추락한 것이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했고 11명이 다쳤다.

당시 독일을 방문 중이던 남경필 지사는 급거 귀국해 경기도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의 최종책임은 경기도지사인 저에게 있다고 했다. 또 곧바로 사고현장에 달려가 유족을 위로하고 조기타결을 이끌어냈다. 취임 1주년 땐 이곳을 찾아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혼과 자식 문제 등에 대해 도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고 2018년 깔끔하게 정계를 은퇴했다.

공직자들은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러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려놓고 희생하려는 마음이 내재해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40년을 공직자로 살면서 가정보다 일이 우선이냐?’는 핀잔을 귀에 피가 나도록 들었다. 공직자로는 성공한 편이었지만, 가장(家長)으로는 빵점이었기 때문이다.

말로는 희생·봉사를 외치는 사람이 많으나 손해날 일은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선공후사 정신이 사라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기 힘든 세상이다. 그런 사람들만 높은 자리의 공직자가 돼서 그런지, 전체 세태가 그렇게 바뀐 건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