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내부 총질’을 해대는

이 대표의 버릇이 과연 고쳐질 수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우려는 바로 다음 날부터 현실이 됐다.

그는 달라진 게 없었다. 마치 윤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긴 것처럼

언론매체에 나와 떠들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5일 밤 사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 순간 몸을 낮췄으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김현정의 뉴스쇼 화면 캡쳐
김현정의 뉴스쇼 화면 캡쳐

이준석은 제 버릇을 고치지 않았다. ‘정치평론가’ 습성대로 각종 언론매체에 나와 시시콜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는 윤 후보와 ‘극적 화해’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이 없었다” “차 안에서 윤 후보가 30분쯤 이야기하다가 피곤한지 잠이 들었다” 등을 공개했다. 당 대표라는 사람이 후보와 둘이서 있었던 일을 바깥에다 떠들고 있는 것이다.

이게 선거에 어떤 도움이 될 리 없다. 단지 매스컴에 한 순간도 안 나오면 불안해지는 이 대표 자신의 ‘관종병’일 수가 있다.

또 이 대표는 "남은 60일 어떤 시점에도 김 전 위원장이 복귀할 수 있도록 제가 한번 기회를 만들어 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불과 며칠 전 선대위에서 김종인을 정리한 윤 후보의 결단을 뒤집는 것이다. 향후 또다시 ‘김종인 문제’로 윤 후보와 갈등이 빚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미 후보가 어렵게 정리한 사안인데도, 이 대표가 또다시 끄집어내 사실상 불필요한 갈등을 불려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제가 선대위 참여를 거부하는 것 같은 행위는 없겠지만 선거에 있어 불편한 지점, 원활하지 않은 지점이 있다면 당연히 당 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지적해야 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다"라고도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나 민주당을 향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대로 자당 후보인 윤 후보를 향해 계속 ‘총질’하겠다는 걸 암시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하루 전인 5일 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대표 사퇴 의결’이라는 위기에 처해있었다. 그는 납작 엎드리며 해명과 사과성 발언을 했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이 대표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고, ‘대표 사퇴안 통과’로 가는 분위기였다. 소속 의원들에 의해 대표 사퇴안이 통과됐으면, 법적 실효성 여부를 떠나, 이 대표의 ‘정치 생명’은 그 순간 끝나는 것이었다. 사실상 정치판 퇴출을 뜻하는 것이다.

그는 본능적으로 이런 위기를 감지하자, 공개 연설에서 몸을 낮추고 자신의 진심은 그렇지 않다고 설득했다. 오늘내일 후보와 진솔한 대화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런 말들이 얼마간 주효했다.

그 의총 소식을 전해 들은 윤석열 후보가 나타나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극적 화해’를 연출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간당간당했던 정치 생명을 다시 붙일 수 있었다. 이날 밤 정치적으로 최고의 수혜자는 이준석이었다.

물론 윤 후보로서도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했다. 선거를 치러야 하는 그의 입장에서 이준석과의 갈등 폭발은 상대편과 언론의 좋은 공격 거리가 될 뿐이다. 이날 밤 그는 자신을 끊임없이 공격해온 이준석까지 포용하는 대국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대표가 일으키고 있는 당의 내분을 일단 잠재운 것이다.

이날 이준석 대표는 감격해 “세 번째 도망은 없다. 그럴 때는 사퇴하겠다”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제가 사과드리고 선거 승리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사건건 ‘내부 총질’을 해대는 이 대표의 버릇이 과연 고쳐질 수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우려는 바로 다음 날부터 현실이 됐다. 그는 달라진 게 없었다. 마치 윤 후보와의 대결에서 이긴 것처럼 언론매체에 나와 떠들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5일 밤 사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그 순간 몸을 낮췄으나,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다시 의총을 열어야 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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