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문제’는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다.

지금 맞붙고 있는 상대 정당에 속해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대입해보면 답이 나온다

만약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 소속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눈앞에 전쟁 같은 대선을 앞두고, 자신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며 가출 소동을 벌이고, 연일 자신의 당 대선후보 이재명을 향해 마구 총을 갈겨댈 수 있었을까. 그런 자신의 행위가 적을 이롭게 하든 말든, 내가 옳다는데 왜 딴말이냐고 주장할 수 있을까, 민주당 분위기에서 그는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그가 그렇게 행동해도 민주당 구성원들은 그걸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 YOUTUBE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 YOUTUBE

‘이준석 문제’는 복잡하게 생각할 게 없다. 지금 맞붙고 있는 상대 정당에 속해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대입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가 한번 가출해 떠돌다가, 12월 초 울산에서 윤석열과 만나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을 때다. 이준석은 취재진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권교체라는 대사(大事)를 앞두고 저렇게 가볍게 처신하는 친구는 언제든지 또 재발할 것이라고 봤다.

윤석열 후보는 그때 어떤 식으로든 분명한 선을 그었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청년층 이탈 등을 우려하는 주변의 압박에 울산까지 내려갔다. 관계를 잘못 맺은 것이다. 그러면서 둘 사이의 모든 갈등이 해결된 것처럼 포장했다. 이는 이준석의 야심을 몰라서 한 것이다.

이준석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상식을 뛰어넘는 친구라는 사실을 말이다. 스물너댓살에 당 최고위원으로 꽃가마를 타고 들어온 그는 10년 세월 동안 심하게 말하면 자기 이익만 보이는 ‘정치 괴물’이 된 것이다. 인간적 품성, 함께 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 공동체를 위한 자기 양보와 희생 같은 것을 배우지 못한 것이다.

12월 ‘울산의 극적 봉합’이 있던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필자처럼 이준석에 대해 정확하게 예측했다. 우 의원은 “이런 봉합은 반드시 2차 위기가 온다”고 했다. 과연 보름도 안돼,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의원과 대판 붙고는 선대위원장을 사퇴하는 등 분란을 낳았다. 설령 그가 조수진 의원에 약간 더 옳았다 한들, 자신의 문제와 관련돼 하나도 참지 못하는 그의 행위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은 물론이고 온갖 언론매체에 출연해 윤 후보를 향해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영악스럽게도 이를 ‘윤 후보가 승리하도록 하기 위한 충정’이라고 포장까지 하고 있다.

이준석은 우리 나이로 37세이고 하버드대학을 나왔을 정도로 머리가 좋은 친구다. 그러면 당사자와 단둘이 해야 할 말과, 집안에서 해야 할 말, 바깥에서 남들 앞에서 떠들어야 할 말을 구분할 수준은 되는 것이다. 그는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언론에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계산을 해서 이렇게 하는 것이다. 대선이라는 비상한 시기이고 정권 교체라는 대의는 그에게는 우선 순위가 아닌 게 틀림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준석이 만약 민주당에 소속돼있고 이렇게 천지 구분 못 하고 자당 후보를 향해 총을 쏴대면, 과연 그쪽에서 멀쩡하게 살아남아 있었을까. 왜 민주당에서는 안 되는 일이 국민의힘에서는 벌어지고 있는가. 왜 국민의힘 구성원들은 지금껏 듣도보도 못한 저런 당 대표의 난동을 거의 방관하다시피 하는가.

상대편인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얼마나 답답했으면 "만약 제가 그쪽이라면 이준석 대표 문제부터 깔끔하게 털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이 분탕질 치는 걸 보면서, 아마 정권 교체를 원했던 국민들은 ’아이고, 저쪽 당은 원래 저런 지리멸렬당이었지‘라며 과거의 더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당내에서 이준석의 당대표 사퇴 의견이 나오지만, 이준석은 ’웃기지말라‘며 버티고 있다. 좋은 말로 안 통하면 어떻게 하는가. 그러면 이준석을 질질 끌어낼 수밖에 없다. 당이 살고 후보가 살고 정권 교체가 되려면 한시라도 빨리 내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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