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 A씨를 만난 것은 올 2월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아직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검찰 주변의 정보통 사이에서 ‘윤석열 총장이 고비 때마다 자문을 구하는 승려가 있다’는 식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과거 안철수와 법륜 스님 같은 관계와 비교될지 모르겠다.

YUTUBE 캡쳐
YUTUBE 캡쳐

그는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소위 ‘도인(道人)’ 풍모였다. 외모로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 '내공'이 그런지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그는 불교 승려는 아니었다. 그는 “생활 속에서 바르게 사는 길을 알려 준다”고 말했다. 그가 낸 책은 몇 만부가 팔렸고, 그의 강연 유튜브는 지금까지 총 2억뷰가 된다고 했다. 추종자가 수십만 명이 되는 ‘인플루언서’ 임은 틀림없다.

그에게 윤 총장과의 관계를 묻자 “그가 고비 때마다 내게 물으면 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윤 총장과 편하게 통화하는 모습을 본 이들이 있었다. 그가 켜놓은 스피커폰에서 윤석열의 격식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놀랐다고 한다.

하지만 윤 총장 입장에서 그와는 실제 의지하는 ‘멘토’ 관계가 아니라, 단순히 친한 사이일 수도 있다.

-‘윤석열 멘토’ 역할을 한다는 말이 맞나?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좀 도와준다.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지금도 돕고 있다.”

-무얼 돕나?

“특별한 게 아니고, 자기 자리에서 일 잘 하도록 돕는 것뿐이다. 닥칠 수밖에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잘 대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고비(조국· 추미애와 갈등을 말함)마다 대처하니까 넘어갔고, 또 대처하니까 넘어갔지 않나. 어떤 일이 닥치는데 모르고 있으면 대처할 힘이 없다. 대처할 힘을 저마다 갖고 있지만 어떤 일이 올지 모르는 거다. 대처를 못하면 쓰러지는 것이다. 내가 ‘윤 총장은 고비가 목까지 딱 차서야 겨우 넘긴다. 그건 위험하다. 목까지 고비가 오기 전에 넘기는 게 좋다. 매번 목까지 차서 고비를 넘기니 위험하다. 항상 미리 내게 의논하라’고 했던 거다. 윤 총장이 대처할 수 있게 나도 잡아준 셈이다. 큰 공부를 위해서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그게 다 공부다. 그에게 피하려고 하지 말라, 회피하면 큰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 총장이 언제부터 그쪽 공부를 했나?

“4년 전 박영수 특검에 들어가 최순실 관련 수사를 하고 있을 때 심적으로 압박이 심했던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손대야 하나 말아야 하느냐를 판단해야 할 때가 있었다. 내가 유튜브에서 박근혜 운명과 관련해 법문을 풀어놓은 게 있었다. 윤 총장 부인은 오랫동안 내 강연 유튜브를 보고 공부했던 모양이다. 부인이 그걸 보고서 윤 총장에게 그 유튜브를 권했던 것 같다. 윤 총장이 몇 번이나 그걸 반복해 들었다고 한다.”

-묘안이 뭐였나?

“당시 나는 ‘박근혜가 가야 될 신의 한수는 하야(下野)하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는 절대 안 한다. 끝까지 가기 때문에 탄핵을 당해 온갖 수모를 겪을 것’이라고 법문을 했다. 윤석열 입장에서는 박근혜 탄핵까지 계속 가면 수사하기가 쉽지만, 대통령을 향한 수사에 손댔는데 중간에 박근혜가 하야를 하면 이상하게 되는 것이다. 박근혜까지 수사를 해야할 지 결정내리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다가 그 유튜브를 듣고 윤석열은 수사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몇 달 뒤 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부인을 통해 윤석열을 도와줬다. 그러다가 부인에게 ‘윤 총장이 직접 내게 물어라’고 했다. 공부를 시키게 된 것이다.”

-윤 총장은 무슨 교육을 받고 있나?

“지도자 교육을 받아야지.”

-지금은 지도자 감이 아니라는 뜻인가?

“지도자 능력을 다 갖춰도 교육받지 못한 자가 지도자 위치에 있으면 자기 할 일을 못 한다. 엉뚱한 짓을 자꾸 하게 된다. 그러면 국민과 나라가 어려워진다.”

-윤 총장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지금부터 만들어야지. ‘칼잡이’로는 큰일을 못한다.”

-윤 총장과 직접 만나나?

“전화를 하고 열흘에 한번쯤 만난다. 정리를 잘 하고 있고 내가 다듬어주고 있다. .”

-윤 총장이 대선에 나오나?

“나온다.”

-지금은 문재인 정권에 맞선 검찰총장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지만, 막상 정치판으로 들어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에 대한 검증이 시작될 것이다. 윤 총장의 개인적인 자질 능력도 자질이지만, 박근혜· 이명박 구속 등 적폐 수사라는 이름으로 그는 피를 너무 많이 묻혔다. 우파 진영 안에서도 그에 대한 원한을 품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건 문제가 안 될 걸로 본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자기 공부를 했다. 희생을 묻고 새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그 희생에 묻히면 안 된다. 내가 보기에는 지금은 윤 총장밖에 없다.”

-야권 후보로서 그렇다는 건가?

“여야 통틀어 그렇다. 이 나라가 2013년부터 베이비붐 세대로 넘어왔다. 박근혜는 자기 역할을 못 해 내려왔다. 그 뒤 문재인이 들어왔는데 지도자 교육을 못 받아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다.”

-왜 윤석열이 적격이라고 보나?

“공부한 사람이 없으니까. 세력과 조직으로 더 이상 되지 않는다. 국민이 이해되게끔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못 한다. 나라를 이끌려면 대안을 갖고 나오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걸 공부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슨 공부를 시킨다는 건가?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물을 게 있지 않은가. 그런 물음에 답을 해준다. 지도자를 하겠다면 지금 직면한 문제에 대해 대안을 갖고 나와야 한다.”

-윤 총장은 대안이 있나?

“있다. 그것이 없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 내가 ‘쥐 죽은 듯이 공부해라. 세상이 필요한 것을 하라. 다음 공직(선거직)에 나오면 너의 역량을 꺼내 보여주라. 봉사를 한다고 말해라. 대통령을 하느냐 못 하느냐는 자기가 결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대통령이 되려는 것을 ‘봉사’라고 하면 세상을 우롱하는 것이다. 윤 총장이 공부를 떠나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현실적 문제다. 지금 여론조사 지지율은 높게 나오지만, 아마 출마했을 때는 여러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정치를 할 때가 되면 알 것이다. 나는 해낼 수 있다고 본다. 그를 잘 만들어 이 나라를 구해야 한다.”

-정책이라는 게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당신의 영역이 아닐 텐데?

“지금 국민을 아는 사람이 없다. 껍데기로만 안다. 지도자는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 기사가 나간 뒤로 윤석열은 A씨를  아주 멀리 했을 것이다. '손바닥의 왕(王)자'는 누구의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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